(6) 작전동 〈심장박물관〉

국내 유일의 심장박물관 입구.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다.
세계 유일의 심장박물관
인천은 ‘최초’, ‘최고’가 많다. 거기에 인천에만 ‘유일’한 것도 있다. 대한민국에 단 하나,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심장박물관〉이다. 말 그대로다. 우리 몸 안의 장기 ‘심장’을 테마로 삼았다. 인천 작전동 세종병원과 이마트 사이 작은 4거리에 있다. 명색에 박물관인데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찾기 어렵다. 평범해 보이는 상가건물 2층에 있고 간판도 특별하지 않다. 하늘색 시트지에 작은 영문으로 ‘heart museum’이라고만 쓰여있어 얼핏 카페나 음식점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신세계가 펼쳐진다.
사람에겐 5장 6부가 있다. 심장은 그 한가운데에 있다. 갈비뼈로 철저히 둘러싸여 있고, 양쪽 폐가 마치 호위무사처럼 감싸고 있다. 그 밑은 커다란 간이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모든 장기가 심장을 보호하는 듯한 형국을 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장기다. 사람의 목숨을 결정짓는다. 심장이 뛰어야 사람이 살고 멈추면 모든 게 죽는다. 삶과 죽음을 관장한다.
그런 전지전능한 장기를 다루는 박물관답게 심장예찬론부터 들려주며 시작한다. 심장은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강력하고 지혜로우며 그래서 위대한 장기라고 찬양한다. 그 밑에 깨알같이 쓰인 설명을 읽다 보면 그게 그저 과장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충분히 든다.
심장은 낭만적 장기라는 문구에 시선이 멈춘다. 생각해 보면 예술작품의 소재로 심장만큼 많이 쓰인 장기가 있던가. 심장은 목숨과 사랑을 상징한다. 우리가 사진 찍을 때 양팔을 치켜들고 양손만 가지런히 머리 위로 모으거나, 간단히 엄지와 검지를 교차해 만드는 모앙은 심장을 표현한다. 그때 만들어지는 하트는 곧 사랑을 의미한다. 신념, 열정, 의지, 힘 따위를 표현할 때에도 곧잘 등장한다. 믿음의 가장 고결하고 거룩한 기록인 성경에는 무려 1천 번 이상의 심장(마음)이 등장한다고 한다. 심장보다 낭만적일 수는 없다는 표현은 그래서 거짓이 아니다.
환자들이 기꺼이 내어 준 실물심장
1980년에 이전까지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심장’은 그저 신의 영역이었다. 심장의 병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한 5공화국은 유화책의 하나로 심장을 들고 나왔다. 심장병 환자의 치유를 돕기 위한 ‘새세대 심장재단(현 '한국심장재단’)’을 설립한 것. 이때부터 심장병, 특히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정부주도로 대한민국 의료계에서도 심장병에 대한 연구와 진료가 본격화된 계기가 됐다. 심장박물관의 회장인 박영관 박사는 당시부터 심장병을 일생의 과제로 삼았다.

실물심장을 파라핀으로 처리해 모형처럼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차가운 금속성 판막을 정착한 모습이 서로 이질적으로 보인다.
지금은 한국을 넘어 빈국의 아이들까지 살리는 수준까지 올랐지만 재단 설립 초창기까지만 해도 학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심장’은 여전히 미답의 세계였다. 심장병 수술 실패는 불가항력이었다. 실패는 곧 사망을 의미한다. 그때 그냥 실패로만 치부하고 방치했다면 그걸로 모든 것이 끝이었을 터.
하지만 의료진은 그 실패의 증거들을 고이 모아두었다. 심장병 수술 도중 사망한 시신을 부검해 심장을 따로 보관해 두었다.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떼어낸 병든 심장들도 폐기처분하지 않고 사례별로 분류해 수집해 보관했다. 그걸 수십 수백 번 들여다보며 연구하고 또 토론했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이 심장관련 수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건 또 대한민국 유일의 심장박물관을 설립하는 토대이기도 했다. 박영관 박사는 1980년대 초 부천에 세종병원을 열었다. 국내 최초의 민간심장전문병원이었다. 2017년 인천에도 병원을 세우면서 그 안에 부속시설의 하나로 심장박물관을 처음 개설했다. 비영리 의료기관 내에 문화시설을 둘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2021년 7월 지금의 위치로 옮겨 왔다. 비슷한 시기 서울대병원 병리과 전문의로 평생을 봉직한 서정욱 박사가 영입되면서 박물관 경영까지 맡게 됐다.
박영관 박사는 ‘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을 만들었다. 재단은 30년 전부터 세계 심장전문의들을 불러 모아 3D 학술대회(3-Days Seminar)를 열어 왔다. 이 자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그동안 수집해 온 실물심장들이다. 학자들과 의료진은 실제 현장에서 수집한 실물심장을 놓고 대회명처럼 3일 밤낮을 토론하고 연구한다.
이 행사는 ‘아시아 태평양 심장혈관 중재 및 수술 심포지엄(APCIS)’로 규모를 키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18개국에서 700여 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학술대회는 많은 관련기관과 단체, 기업들이 후원한다. 후원금의 대부분은 행사에 쓰지만 절감된 비용 일부를 박물관 운영에 보태고 있다.

인공심장기기. 이식수술을 받을 때까지 환자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소아용보조기구는 박물관 회장인 박용관 박사팀이 최초로 만들었다.
“심장병의 개념조차 불분명하던 시절에서 시작해 불과 2~30여 년 만에 최고의 심장수술 권위국인 된 데에는 재단이 수집해 온 5백여 개의 실물심장이 있어 가능했다. 이를 널리 공유하며 연구해온 재단과 APCIS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못한다.”
국내 최고의 병리과 전문의로 꼽히는 서정욱 관장의 자부심은 대단해 보였다. 그는 현장 경험을 통해 지식을 얻고 이는 다시 현장에서 활용되고 실천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이는 의료계뿐 아니라 박물관의 기본정신이자 설립의 취지이기도 하다. 우촌재단 이사장까지 겸직하는 그는 APCIS야말로 지식을 확대 재생산하고 공유하며 이를 의료현장에 적용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심장에 관한 네 가지 이야기
심장박물관은 총4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장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기기와 치료법 등을 전시하는 공간, 심장의 실체를 볼 수 있는 공간, VR 체험관, 심장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뇌혈관의 관계와 심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공간 등이다. 전시된 기기들로 즉석에서 심전도 검사나 심장초음파 검사도 받을 수 있다.
1957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되어 서울대 병원에서 크게 활약한 심전도계나 1990년 우리 의료진이 최초 개발한 ‘소아용 인공보조심장’ 등은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특별한 전시품이다. 특히 소아용 보조심장은 박물관 회장인 박영관 박사팀이 개발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각별하다.
제1섹션 심장과 각종 심장병을 소개한다. 실물심장과 서정욱 관장의 심장을 CT로 찍어 3D 프린터로 구현한 전시물도 있다.
박물관 초입에는 실제 심장이 전시되어 있다. 이식환자의 몸에서 떼어낸 심장을 파라핀 처리해 모형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금속성 인공판막을 장착한 심장은 견고하지만 차가워 보였다. 물론 그건 보는 이의 주관적 느낌에 불과하다. 심장의 크기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실제로 간의 3분의 1, 위의 절반쯤 된다. 어른 주먹 두 개가 채 안 되는 크기지만 그 기능은 실로 ‘위대’하다. 그 사실은 맞은 편에 전시된 심장수술보조기기를 보면 금방 절감하게 된다. 혈관과 혈액 저장소, 동맥펌프 등을 다 합치면 웬만한 냉장고만 하다. 그 작은 심장을 대신하려면 그렇게 많은 기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심장수술보조기기. 4천명의 목숨을 살린 백전노장이다. 이 많은 부품들이 모여 어른 주먹 두 개만한 심장의 기능을 대신한다. 실로 강력하고 위대한 심장이다.
그걸 축소해 구현한 것이 인공심장이다. 이식수술을 받을 때까지 심장을 뛰게 하는 기계다. 박물관엔 실제 환자들에게 쓰였던 보조인공심장도 전시되어 있다.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며 누군가의 생명은 물론 삶에 대한 희망까지 살려준 고마운 존재들이다. 15년에 한 번씩 배터리를 교체하는 인공심장보조기는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로보캅’에 등장했던 휴머노이드 로봇의 초기 버전을 연상시킨다.
VR 체험관은 흥미롭다. 헤드셋을 쓰면 우리 인체 내부로 들어간다. 트래커를 이용해 방향을 바꿔가면서 심장이나 간 속까지 들어가 그 내부를 훤히 볼 수 있다.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장기 속 풍경은 경이롭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다.
VR체험관. 헤드셋을 쓰고 트래커를 조종하면 우리 장기 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만 하다.
“상가건물 2층 비좁은 공간에 두고 보기에는 아까울 정도의 전시물들이다. 인류사에 미치는 영향과 그 가치만 따져도 이렇게 푸대접을 받아선 안 된다. 차제에 독립된 쾌적한 공간에 전시장을 갖춘 박물관이 꿈이다.”
한평생을 심장에만 매진해 왔고 지금도 현장에 머물면서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서정욱 관장의 꿈이지 포부다. 그의 말처럼 박물관은 절대 돈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돈을 펑펑 써야 한다. 민간이 이만한 전시 공간을 확보해 박물관을 꾸려 놓은 것 자체로도 대단한 업적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단체 관람객들, 학계와 의료계들의 호의적인 평가만으로도 심장박물관의 가치는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이쯤 되면 관(官)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찔꿈찔끔 내려주는 보조금이나 지원금으론 임대료 내기도 벅차다. 이 아름답고 지혜로운 인류의 보고가 닭발집 위층에 있는 풍경이 무슨 부조리한 연극의 세트처럼 보이는 건 그저 극단적인 한 개인의 시각일 뿐일까.
관람안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0시부터 17시까지 문을 연다.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3시까지다. 관람료는 옵션에 따라 다르지만 그냥 구경만 하면 4천원이면 관람이 가능하다(홈페이지 참조). 박물관에서 자체 양성한 교육사들이 대기중이다. 예약하면 그들의 친절하고도 수준 놀은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전화문의는 032-546-9501`~2로, heartmuseum@woochon.org 로 문의해도 된다.
14번 65번 시내버스와 7700번 광역버스를 타고 오면 근처에서 내린다. 지하철을 타고 올 경우엔 인천1호선 작전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자유체육공원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20분쯤 걸어야 하지만 그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다.
출처 : 인천in 시민의 손으로 만드는 인터넷신문(http://www.incheon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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