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조차 없던 시대, 심장병 진단과

과학기술 발달 따른 치료방법 변화 한눈에 
VR로 심장 속 들여다보고 CPR 배워
초음파·시술·이식 사례로 진로체험도
▲ 심장박물관은 심장을 이해하고 경험하고 생각하는 공간이다.▲ 심장박물관은 심장을 이해하고 경험하고 생각하는 공간이다.

우리 몸의 중심인 심장. 사랑과 마음의 상징인 심장을 집중 다루는 전국 유일무이한 박물관이 인천에 있다. 재단법인 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이 계양구에서 운영하는 심장박물관이다. 심장박물관은 2019년 4월10일 세종병원 내 개관했다. 세종병원은 국내 심장병 연구와 치료에 권위를 가진 의료진들이 모인 기관으로 생명 살리기에 대한 열정과 심장병 연구에 대한 철학이 의학전문박물관을 건립하는데까지 이르렀다. 심장박물관은 앞선 2018년 8월 온라인 박물관으로 먼저 시작했다. 지금은 병원 옆 별도의 건물로 박물관을 이전했으며 인천박물관협의회 회원관으로 등록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심장을 이해하다

심장에 대한 관심은 오래 전 고대인들의 기록에도 나타난다. 수 천년 동안 인류는 심장이 영혼과 관련있는 장기라고 생각했기에 흥분하거나 두려울 때 심장이 빨리 뛰거나 놀랐을 때 가슴 속에서 뭔가 철렁 내려 앉는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다. 지금과 같은 청진기가 없던 시대의 의사는 어떻게 맥박을 듣고 진단했을까. 과학의 발달에 따른 심장과 혈액 순환에 관한 이해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심장의 구조와 기능, 관련 질환을 탐구한다.

▲ 심장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심장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심장 진찰 도구를 체험할 수 있다.▲ 심장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심장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심장 진찰 도구를 체험할 수 있다.

#심장을 진단하고 치료하다

무엇이 우리의 심장을 평생 뛰게 할까. 심장은 전기 자극으로 수축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심전도 그래프는 바로 심장에 흐르는 미세한 전기를 증폭해 그래프로 표현한 심전도 검사의 결과다. 심장병이 있으면 전기 흐름의 방향과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심전도를 보면서 심장의 상황을 진단할 수 있다. 심전도 외 심장병을 진단하는 여러가지 방법과 각 심장병의 치료법에 대해 심장박물관에서 알아볼 수 있다.

 

#심장을 체험하다

심폐소생술은 우리 모두가 익히고 준비해야 한다. 위급한 상황에서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심폐소생술도 체험해 볼 수 있다.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해 심장과 인체의 장기에 들어가는 체험 장비도 갖췄다. 심장 학습 놀이를 하고 점토 등을 이용해 심장을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심장에 대한 참고자료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학교수업에서 배운 심장과 혈관을 공부하고 생각하며 토론하고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이 외에 심장영상, 초음파, 심장 이식, 중재시술, 중환자 관리 등의 사례 연구를 통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해보는 진로체험 과정도 준비돼 있다.

 

#심장의 미래를 보다

심장과 뇌혈관, 말초 혈관 질환을 시술과 수술로 치료하는 기술을 박물관에서 알아본다.

인공 심장과 인공 지능 및 미래 의학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심장병 극복을 위한 인류의 노력을 돌아볼 기회다.

 

#우리나라 최초의 심전도기계

심장박물관에는 대한순환기학회 초대회장을 지낸 강승호 교수가 미국에서 들여온 1955년 심전도기를 소장하고 있다.

사비로 당시 신형 장비였던 sanborn51모델을 구입해 귀국한 것으로 심전도기가 없던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된 것이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사진제공=심장박물관

 


 

서정욱 심장박물관 부관장

“심장박물관은 전세계 생명 지키기 위한 대의”

▲ 병리학 교수인 최인섭 심장박물관 부관장이 박물관 설립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병리학 교수인 서정욱 심장박물관 부관장이 박물관 설립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병리학 교수인 서정욱 부관장은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심장을 오랜 기간 수집해왔다. 이 심장들을 부검해 심장병을 이해하고 더 이상 아파하는 사람이 없게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모은 심장이 500개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과 정신이 깃들여 있다고 여겨지는 heart(심장)를 언제까지나 보존하는 일이 옳은가 하는 철학적 질문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죠.”

서 부관장은 심장 연구 작업을 조금 더 교육적이고 의미있게 추진하기 위해 박물관 설립을 고안했다.

의학적으로 접근했던 심장을 유물적 가치로 전환한 것이다. 심장박물관이 보유한 심장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1960년대 장기다.

“심장병 극복을 위해 심장을 기증한 그 분은 문화유산으로 또 다른 의미의 삶을 사는 것이지요.”

그는 이 박물관을 특정 병원의 사업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전 세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의라고 생각한다.

국제학술대회를 꾸준히 열어 박물관의 심장을 통해 세계 각국의 전문의들과 머리를 맞대는 것도 그 이유다.

“과거 우리나라 국민들이 심장병으로 많이 죽었습니다. 의사들이 병을 앓았던 심장을 해부해서 이유를 밝히고 연구를 거듭하며 노하우가 축적됐죠. 심장박물관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심장 연구 역사를 전시한 곳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서 부관장은 인천박물관협회 등록과 더불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3차원 프린팅과 복제 기술을 통해 심장을 만들어 보여주고 일반인들도 조금 더 가깝게 심장에 다가갈 수 있는 특별전시 등을 기획 중입니다. 특히 학생들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체험 프로그램도 신경을 쓰려 합니다. 국내 유일한 심장박물관이니 만큼 우리가 가진 소장품과 기술을 전국 다른 병원에서도 볼 수 있게 파견전시를 하는 등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